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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에 나오는 민중, 아니 군중을 생각하다
 돌베개    | 2019·03·30 22:31 | HIT : 91 | VOTE : 6 |
<인월> 10화를 다시 한 번 읽다가(아니, 사실은 그 연재분을 처음 읽을 때부터!), 떠오른 생각을 간단히 적어본다.

김혜린 선생님(아래 ‘김 선생님’)은 민중을, 보통 사람들을 사랑하신다. 그 분의 작품들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말에 동의할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지금은 생각이 “아주 조금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은 그것을 자세히 말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자세한 설명은 안 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민중은 무조건 아름답고, 그들이 하는 일이 다 옳다.’는 뜻은 아니다. 김 선생님은 민중이 얼마든지 군중(群衆)이 될 수 있으며, 수준 낮은 무리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으신다.

이는 <인월> 10화에서도 드러나는데, 지방에서 올라와 - 또는 개경에서 밀려나서 - 동교에서 비참하게 살고 있던 고리(高麗) 백성들이 자신들을 쥐어짜는 썩은 벼슬아치나, 자신들을 고리대금업으로 뜯어먹는 권문세족이나, 자신들을 감시하고 두들겨 패는 포졸이 아니라, 자신들을 도우려고 목숨 걸고 임금(왕)에게 간언하는 관리인 조인수(아래 ‘인수’)와 권지호(아래 ‘지호’)에게 “몽둥이”와 “칼”을 들고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 지르며 달려드는 것이 좋은 예다.

(“그 사람들이 모르고 그랬겠지.”하고 감쌀 생각은 말자. ‘나는 몰랐어.’가 ‘나는 죄 없어.’하는 뜻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르고 저지른 죄’도 엄연히 죄다! 그리고 그들은 인수와 지호를 “나리들”이라고 부르며 강도가 되어서 덤벼들었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인수와 지호가 벼슬아치임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고, 그러니 더더욱 유죄다)

이는 현실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짜 자기편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 ‘자기 편’에게 ‘칼’을 들이대거나 욕을 하는 어리석은 군중/대중(大衆)의 모습”이며, 확실히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어쩌면 김 선생님은 그들을 통해, ‘현실을 좋게 바꾸는 것은 인수 같은 몇몇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몇몇 사람”이 민중과 손을 잡아야 가능하다. 문제는 민중은 자신을 다듬거나 정신 차리지 않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천박한 군중/대중으로 굴러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그렇게 군다면, 인수 같은 사람들은 실망하고 절망하여 민중과 손을 끊고 반대편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그러니 민중에 속하는 보통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내 편”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인수들을 내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하시는 건 아닌지.

(하긴, 김 선생님의 예전 작품인『비천무』에도, ‘아름답지 않은 군중/대중’은 나온다. 남궁 성과 함께 망향단을 빠져나와 떠돌던 아리수를 덮쳐서 성X행 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몽골제국 원나라의 황족이나 귀족이나 지주가 아니라, 아리수와 처지가 다를 게 없었던 한족[漢族] 평민 남성들이었고, 남궁 성이 서달 장군과 만나기 전에 “칼”을 들고 싸웠던 도적들도 원래는 한족 평민 남성들이었다.

때로는 천박한 모습을 보이고,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뻔뻔하고, 때로는 탐욕스럽지만, 귀족처럼 오만하지도 않고, 부자들처럼 제 뱃속만 채우지는 않으며, 꾸밈이 없고, 맑고, 솔직하고, 자연스럽고, 때로는 용감하고, 때로는 곧은 심성을 드러내며, 포기하려 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현실에 도전하는, ‘민중’이라는 존재,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봐야 할까?

‘양날의 검’? 아니면 “양면”을 지닌 “동전”? 이 문제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을 내기가 쉽지 않다)

나는 세 해 전부터, 이른바 ‘민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적어도 예전처럼 무작정 아름답게 여기지는 않는다), 김 선생님의 만화에 나오는 민중도 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었으며, 그래서 이렇게 모자라는 글재주와 그다지 좋지 못한 머리로 내 생각을 정리했다. 부디 김 선생님과 김 선생님의 다른 독자 여러분이 이 글 때문에 불쾌해 하지는 않으시기를 빈다.

- 음력 2월 24일에, 밀린 <인월> 감상문을 쓰다가, 짬을 내서 몇 자 적은, 김혜린 선생님의 독자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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