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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벗들이여! 힘내자고 - 김혜린 (조선일보 2001.1.6)
 말리꽃  | 2001·03·08 13:19 | HIT : 619 | VOTE : 37 |
게시일시: 2001/01/06 오후 1:07
게시자: 말리꽃
제목: 조선일보 린님의 칼럼  

벗들이여! 힘내자고.........김혜린



후배의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수인사 속에, 또 잡지 하나가 문을 닫는다는 소리가 들린다.책에 작품을 싣고 있던 벗들 얼굴이 스쳐가고, 더불어 공중에 둥둥 떠버릴 그네들의 ‘진행형’ 만화들이 생각난다. 어쩔 수 없이 이마에는 갈매기가 몇마리 뜬다.

꿈을 좇든, 돈을 좇든, 친구따라 강남을 갔든, 청춘을 걸고 이정표도 없는 길에 뛰어든 벗들이 이래저래 상처입고 다치는 걸 무력하게 바라보기란 여간 맘 상하는 일이 아니다. 거기다 수박 껍데기를 핥으며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아대는 사회의 호들갑까지 더해보면, 그야말로 갈매기는 쌍쌍으로 늘어난다.

사람들의 선입견이 무엇이건간에, 작가도 한 사람의 생활인이고 어느 가정의 일원이며, 실은 가장 쉽게 다치는 유리같은 자존심의 소유자들이다. 원고에 코를 박고 있는 순간엔 우주를 통털어 ‘나홀로 별’이지만, 문득 고개 돌려보면 집세도 내야 하고, 애들은 커가고 미래는 오리무중이며, 지지난달 받았어야 할 고료는 소식없고, 일하고 싶은데 무대는 비좁기 한량없다. 그나마 무대는 잘도 부서진다.

쉽게들 말한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면 될 거 아니냐고. 또한 약속이라도 한듯 합창한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모두 힘을 합쳐 다시 일어서자고. 그 ‘우리’란 게 정확히 누구인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고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구렁이가 담을 너무 자주 넘어가서, 책임지는 구렁이가 누군지 알 길도 없다. 그래도, 우물을 파던 이들은 우물을 파야하고, 꿈을 꾸는 이들은 계속 꿈을 꾸어야 하는 게 현실인 것. 오늘도 궁상맞은 포즈로 그래도 진심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벗들에게 말해야지, 용기 내자고. (순정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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