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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이주향 지음) 中에서
 thewolfstar  | 2001·03·07 23:55 | HIT : 537 | VOTE : 35 |
게시일시: 2000/07/13 오전 2:59
게시자: thewolfstar
제목: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이주향 지음) 中에서

내가 좋다고 느끼는 만화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선명한 만화다. 자기 열
정에 정직하고 충실한 인물들은 선과 악으로 가를 수 없다. 자신에게 솔직
한 사람들, 그래서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 아름
다운 열정과 열정이 부딪쳐 화해하지 못하고 갈등을 만들지라도 그것은 인
생이다!

그것은 인생! '불의 검'을 보면서도 그랬었다. '불의 검'에서는 모든 인간
들이 자기만의 개성으로 살아있다. 목숨 같은 사랑을 찾아 목숨처럼 강해지
는 작은 여자, 권력에 인생을 건, 강하지만 안스러운 여자, 하고 싶은 일보
다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여자,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남자, 강하면서도
폭력적이지 않는 남자, 이기적이지만 비장미가 있는 남자, 절제가 강한 만
큼 감성도 살아있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남자, 정중하
지만 진솔한 남자, 편협하지만 선명한 자기 세계를 가진 여자.......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조연 중의 조연인 해조에게
강한 자매애를 느꼈다. 명쾌하지만 막막한 여자 해조. 주인공인 아라와 가
라한의 사랑에 장애로 등장하는 여자에게서 왜 시선을 뗄 수 없었을까? 나
를 닮은 상황은 없었는데 왠지 나는 그녀에게서 나를 느끼고는 오랫동안 그
녀를 들여다보았다.

활쏘기를 좋아하고 뛰어다니기를 좋아하는 여자, 철기시대 초기의 '여
자'에 길들여지지 않는 해조는 씩씩한 전사였지만 합리적인 여자이기도 했
다. 끝까지 사랑하고 싶은 다른 남자가 있었지만 부족의 장래도 중요한 여
자는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었다.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목숨 같은
사랑을 떠나보내고 시집을 와야 했던 해조는 마음에 남는 미련 때문에 겉돌
았지만 삶을 한탄만 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전쟁 중에 여자는 활을 쏘았
고 비상식량을 만들었다.

남자 중의 남자 가라한의 아내가 된 여자는 알았다. 자기가 사랑한 그 남
자보다 더 강하고 더 속이 깊고 더 괜찮은 남자에게 시집온 것을. 그런데
왜 좋은 남편을 만난 여자가 겉도는가? 강하고 속 깊은 남편 가라한은 다
른 여자를 사랑했다. 좋은 남편일 수는 있어도 내 남자일 것 같지 않은 남
편을 보면서 그 여자는 깨달았다. 내 자리가 아니라고. 그럴수록 두고 온
남자가 또렷해졌다. 그 여자가 혼잣말을 한다. 난 불행하지도 않지만 행복
하지도 않을 거라고.

공허하고 쓸쓸할 수록 화살을 만지는 해조가 무표정한 얼굴로 겨냥하는 과
녁은 어쩌면 사랑을 버리고 그래서 행복도 버린 자기 자신이었으리라. 행복
이든 불행이든 자기 것이어야 하는 여자가 자기 것이 아닌 행복과 불행을
만나 그림처럼 살아간다. 얼마나 숨막히는 그림인가. 경쾌하고 명쾌한 여자
가 막막해 할 때 나는 '도망가'라고 말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여자를 떠나보내고 방황하는 여자의 남자가 우연히 가라한을 만난다. 사랑
에 예민한 똘똘한 그 남자는 금새 가라한의 됨됨이를 알아본다.

'어른 남자의 체취...'

그는 딱 잘라서 인정했다.

"해조야, 네 남편의 진짜 아내는 네가 아니다."

가라한에게서 확신을 얻었기 때문일까? 해조를 사랑한 그 남자가 해조를
찾아온다. 가라한이 해조에게 진지하게 배려하는 태도로 묻는다. 가겠느냐
고. 가겠느냐고 묻는 남편은 해조가 떠난 뒷 자리를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는 남자였다. 해조는 미련 남은 남자를 따라 미련 없이 가라한을 떠난
다. 아이 열을 낳아도 가뿐한 그런 남자와 살기 위해서.

그런 인생들을 보면서 함께 느끼는 기쁨, 그리고 나는 누구를 닮았을까,
나는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 따져보는 여유, 그것이 좋은 만화를 보는
기쁨 중의 하나다. 열린 마음으로 만화를 보면 다양한 마음들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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