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판은 혜린님과 작품에 관련된 정보&기사를 올리는 곳입니다.
기사의 출처를 꼭 밝혀주시고 기사를 퍼온 사이트를 링크해주세요.
질문은 질문&답변 게시판에 남겨주시길.



VIEW ARTICLE
[오마이뉴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만화 <비천무>
 유제니  | 2003·11·03 20:40 | HIT : 996 | VOTE : 57 |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만화 <비천무>
[살가운 만화 즐기기 3] 김혜린 그린 <비천무>

<1>
만화책 <비천무>를 보았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만화책 <비천무>를 보았습니다. 저는 영화 <비천무>는 보지 않았습니다. 엉성한 듯한 줄거리와 어설퍼 보이는 무협 연기는 영화를 볼 맛을 주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얼핏 영화 <비천무>가 만화로 나온 이야기를 각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던 그저께입니다. 서울 대방동에 있는 헌책방에 나들이를 갔다가 만화책 <비천무>를 보았습니다. 모두 여섯 권입니다. 짝이 맞는 책이 깨끗하게 있더군요.

언젠가 홍익대학교 앞 <한양문고(만화책 전문서점)>에서 만화책 <비천무>를 본 듯합니다. 하지만 그땐 그다지 볼 생각이 나지 않아서 안 집었습니다. 봐야겠다는 생각도 안했고요. 그런데 이번엔 어쩐지 끌려서 `나중에 보더라도 한번 사놓기나 할까?'하고 여섯 권을 덜컥 샀습니다.

<2>
.. 1986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북해의 별>을 끝마치고 <비천무>란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주변에서 우려했던 그런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무협적인 요소가 가미된 동양시대 배경의 순정사극(?)이란 - 지금도 그렇지만 - 당시에는 낯선 분야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랫동안 순정적 터치와 다분히 서양적인 미의식으로 단련돼 온 나의 그림 경향 또한, 머리 속의 화면을 제대로 종이에 옮기기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의 망설임 없이 <비천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목마름… 신명… 그런 것들이 정신없이 서점에서 자료를 뒤지게 만들고, 동양화집, 동양건축, 동양사, 동양정신에 몰두하게 나를 휘몰아쳤다.

그해는 요란하고(부분적으론) 장렬했다. 한 청년이 억울하게 죽었고… 2장 `별리'의 속표지를 그리던 날이 6.10이었다. 완결까진 꽤 오래 걸렸다. 그동안 6.29도 있었고 88올림픽도 지나갔고 최초의 순정 만화잡지도 생겼고 .. <그린이 말>

볼까 말까 하던 생각은 그린이가 책머리에 적은 말을 읽으며 바뀝니다. "한 청년이 억울하게 죽었고… 2장 `별리'의 속표지를 그리던 날이 6.10이었다. 완결까진 꽤 오래 걸렸다. 그동안 6.29도 있었고 88올림픽도 지나갔고…"라는 대목을 읽다가 `이 사람 괜찮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사실 김혜린씨 만화 가운데 <북해의 별>이나 <광야>나 <불의 검>을 몇 해 앞서 보았습니다. 그때 김혜린씨 만화를 보며 `순정만화 같지 않은 순정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방에서 `김혜린 만화'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도 덜컥 고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김혜린씨가 머리말에서 `한 청년이 억울하게 죽었고'라고 쓴 대목을 읽으며 다른 느낌이 다가왔습니다. 이 사람, 김혜린씨가 만화 <비천무>에 담은 생각이 그때 여러 가지 사회 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구나, 가까이 지내면서 만화를 그렸구나 하고요.

<3>

만화 <비천무>는 중국 역사 이야기입니다. 원나라에서 명나라로 넘어가는 어수선한 중국 역사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어수선한 중국에서 새로운 나라, 그러니까 `한족'이 `몽고족'을 몰아내고 새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움직임을 담아요.

그런 어수선함 한복판에 선 쓸쓸하면서 외로운 검객(한족)이 주인공입니다. 몽고족 딸로 한족을 다스리던 집안에서 태어난 혼혈아이가 또다른 주인공이고요.

`온 식구가 죽임'을 당하는 끔찍함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주인공 `진하'. 하지만 그때 주인공은 아주 어린 나이였고 주인공네 집에 식객으로 온 사람 하나가 그 아이를 거두어서 `부모 유업'을 잇고 지키고 되살릴 수 있도록 키워요.

아이는 조금씩 나이를 먹고 크는 가운데 부모가 자신에게 물려준 `비천십이신기'를 옹글게 익힙니다. 그래서 그 어떤 무사나 검객도 따르지 못하는 `귀신과도 같은' 검술을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 비천십이신기를 익힌 `진하'는 외롭습니다. 사랑하는 여인 `설리'와 살아갈 수 없을 뿐더러, 엄격한 계급 사회 속에서 살아야 하거든요.

삶이 팍팍하기는 `진하'뿐이 아닙니다. 몽고족에게 침략을 받은 고려 나라 또한 보통사람들, 민중은 아주 괴롭습니다. 포로로 끌려가고 노예로 끌려가고 나라는 쑥대밭이 될 뿐 아니라 먹고 살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제후니 귀족이니 무엇이니… 이네들은 날이면 날마다 술과 고기와 여자를 끼고 삽니다.

가문이 옹글게 무너지고 거의 모든 피붙이가 죽임을 당한 `진하'는 다른 보통사람과 똑같은 밑바닥 삶을 삽니다. 아니 오히려 더 바닥을 기는 삶을 살아요. 풀뿌리 하나로도 끼니를 잇기 힘들고, 떠도는 마을마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습니다. 하지만 말없이 온갖 놀림과 따돌림을 견디며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지킵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오래 못 가요. `진하'가 검술을 다 익힐 때까지 자기 목숨을 다 바쳐서 돌본 `삼촌'은 자기 숨이 끊어지는 날 소중한 아이 `진하'에게 "`의', `옳음'을 지키는 검술을 보여 주라"고 말하며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진하'에게 자기 뿌리가 어떠한지, 집안이 어떠한지를 글로 남겨 두지요.

<4>
진하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습니다. 진하가 죽인 사람은 비록 도적패였지만 자기 두 손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일에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온갖 걱정과 가슴아픔으로 시달립니다.

그런 진하가 살아가는 격동기는 사람 목숨을 사람 목숨으로 여기지 않던 때입니다. 힘없는 보통사람들은 애꿎게 `군인'으로 끌려가야 했고, `왜 죽여야 하는지도 모를' 적군에게 창을 디밀고 화살을 쏘아야 해요.

적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나라가 바뀌고 `황제'가 바뀌지만 사회나 제도나 문화는 그대로거든요. 아니, `황제'만 바뀔 뿐 보통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땅은 그대로예요. 보통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자기에게 고개 숙이게 시키지 않는 삶을 좋아합니다.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도 소중한 식구가 있는 `적'입니다.

황제와 장수들은 `천하통일'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그 `천하통일'이란 알고 보면 "힘이 있는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 위에 올라서서 엄청난 권력을 누리는 일"입니다. 이름과 힘이 없는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죽음과 죽음 위에서 피어나는 `피의 꽃'인 `권력'이랄까요.

진하는 이런 피잔치에 몸부림을 칩니다. 그러다가 이름을 `자하랑'으로 바꿔 아주 차가운 `검객'으로 탈바꿈해요. 어차피 보통사람들은 힘도 없이 끌려다니며 죽고 죽여야 하는 판이니 `조금이라도 덜 죽고 빨리 권력자들 헛된 꿈'이 끝나길 바라서일까요?

<5>

만화책 <비천무>는 아주 쓸쓸하면서도 괴롭고 힘든 보통사람들 삶 위에서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렇다고 만화책 <비천무>가 민중 역사를 보이는 만화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풋풋하면서 애틋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두 사람, `진하'와 `설리' 사이에 이루어지는 이어질 듯 이어지지 못하는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그런데 여느 순정만화와는 달리 `오로지 사랑 이야기'만이 아닌 대목이 크게 달라요. 현실을 등지고 둘만이 주고받는 사랑만이 있지 않음을, 우리들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땅 모습과 역사와 현실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임을, 그래서 즐겁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한 사랑임을, 또한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이 즐거우면서도 아름다울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터전과 땅과 삶을 바라는 마음임을 보인다고 하겠어요.

서로를 끔찍하게 죽고 죽이는 싸움터 위에서 `이긴 이가 얻는 약탈'과 같은 사랑이라든지, `둘만이 누리는 사랑만이 가장 아름답다'는 그런 터무니없는 사랑이 아니라고 하겠어요.

하지만 우리들 삶은 만화책 <비천무>가 그리는 원나라와 명나라와 고려 때 사람들 삶에서 그다지 나아졌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러 모로 물질 삶은 나아졌어요. 하지만 물질 삶이 나아졌어도 물질 삶 혜택을 모든 사람이 골고루 누릴 수 있지는 않거든요.

더구나 마음으로도 얼마나 팍팍한 요즈음입니까. 끝없는 경쟁과 1등주의와 경제 논리와 학벌, 지연, 혈연들… 참으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지 못하는 요즈음입니다.

<비천무>를 그린 김혜린님이 이런 우리들 삶까지 생각했는지 생각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저는 만화책 <비천무>를 보며 그런 자그마한 바람과 꿈은 느꼈습니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사랑과 삶"을 담았다고 보이는 만화책 <비천무>에서 서로가 서로를 좀더 가슴을 열면서 믿고 아끼는 마음으로 살아갈 나날을 꿈꾸는 바람과 꿈을 말입니다.

"슬프면서 아름다운 사랑"은 지난날 괴롭고 힘들던 역사로서도 넉넉하다고요. 이제부터 우리가 살아갈 삶은, 또 우리가 만들어가고 꾸려갈 삶과 역사에서는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고 쌓아나가면 참 좋지 않겠느냐는 바람과 꿈을 말입니다.  
마르키 그래서 저도 린님 작품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답니다.

03·11·04 00:39 삭제

리젠느 책머리에 쓰신 작가의 글도 너무 맘에 듭니다 북해의별을 읽으며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03·11·08 01:07 삭제

최종규 기사 쓴 사람입니다. 기사에서 잘못 쓴 게 하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생각이 잘 안 나네요 ^^;; 아무튼, 즐거운 만화였습니다~

04·01·26 21:06 삭제

  
NO C          SUBJECT NAME DATE HIT
136   드라마 <비/천/무> 관련기사 입니다. 7  라문 04·01·18 1216
135   [동아일보] 순정만화계의 스타 김혜린씨 ‘노래하는 돌’ 펴내  천궁 04·01·12 810
134   <문화일보>김혜린作 `불의 검`-순정만화 필독서 4  ♥♡♥♡ 04·01·12 1017
133   < 시티라이프 > 김혜린의 ‘불의 검’ 5  ♡♥♡♥ 04·01·12 891
132   김혜린 데뷔 20주년 '순정만화 기념집'  ♡♥♡♥ 04·01·10 730
131   [조선일보:1.7] 데뷔 20주년 기념 단편집 낸 김혜린  paraban 04·01·08 688
130   29~30일 코믹월드행사장에서 독자만화대상 2003을 만날수 있습니다. 4  만화인 03·11·28 769
129   독자만화대상 2003에 놀러오세요!  만화인 03·11·28 649
128   펜촉 세운 만화게릴라들 ‘WE6’6호 발간한 5인  샤뜨 03·11·15 950
  [오마이뉴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만화 <비천무> 3  유제니 03·11·03 996
126   '독자만화대상2003' 홈페이지가 재개장되었습니다.  만화인 03·11·01 712
125   27일! 장태산, 김광성, 김혜린 선생님 사인회!!!  정말 03·08·24 796
124   we6 "작가주의 만화만 모심"  샤뜨 03·08·20 865
123   [만화인] 방문객수 200만 기념 축제 - 백일장 상품이 「테르미도르」.  서찬휘 03·08·18 842
122   'WE6 - 5인의 만화가 & you' 전시 및 싸인회  샤뜨 03·08·17 668
121   혜린님 사인회가 있네요 3  무스탕 03·07·30 977
120   장태산ㆍ김혜린씨등 웹진 'we6' 8월 창간 5  샤뜨 03·06·18 1043
119   [경향] 만화도 이젠 기획으로 승부 2  샤뜨 03·06·10 978
118   혜린님 단편집이 발행될 예정입니다.  paraban 03·05·31 1145
117   [중앙일보] 온라인서 한식구 된 만화가 5人  천궁 03·05·18 883
[1][2] 3 [4][5][6][7][8][9]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GGAMBO

◆ 여기는 김혜린의 작품세계 &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