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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쓴 글 - 잔인한 달에 전해드리는 ‘기쁜 소식’들
 돌베개    | 분류 : 잡 담 | 2018·04·01 23:25 | HIT : 65 | VOTE : 11 |
어느 시인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다지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그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우울한 소식이나, 화가 나는 소식만 있는 게 아니라, ‘기쁜 소식’도 있으니까, 저나 여러분 같은 보통 사람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큰 맘 먹고, 그동안 제가 겪은 일과, 보고 들은 일을 모아서 알려드립니다. “만약 제가 이 ‘기쁜 소식’들을 여러분한테 알려드리지 않으면, 저한테 화가 미칠 것입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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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 제 몸무게가 68kg이 되었습니다(만세!). 제가 가장 날씬하던 때(열 네 해 전)의 몸무게를 되찾아서, 아주 기쁩니다. 이렇게 날씬해지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이제 다시는 살찌지 말아야죠.

2. 웬만한 무술 유단자나 운동선수 못지않은 근육을 키웠습니다. 이젠 거울을 보는 게 두렵지 않아요. 이런 일을 해낸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3. 실제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마흔(!) 살인 저를 보고 “대학 몇 년 생이냐?”고 물어볼 정도예요. 그러니까 겉보기에는 스물다섯 살이란 이야기죠. 사람들을 대할 때 자신감을 품고, 밝은 얼굴로 말할 수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다 식이요법과 생활습관과 운동의 힘이죠.

4. 브라실(브라‘질’로 알려진 나라의 정식 국호)의 전통 무술인 ‘카포에이라’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태껸을 배울까 생각했지만, 한국 시민이 한국 전통 무술을 하는 건 너무 뻔해서, 다른 나라 무술을 배우기로 마음먹었어요.

말레이시아의 전통 무술인 ‘실랏(실라트)’을 배울까도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한국 안에서는 실랏 도장이 없어서요. 그래서 카포에이라를 배우기로 했습니다(서西아프리카계 브라실 사람들이 만든 무술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브라실 백인들의 인종주의와 탄압에 맞서서 만들어낸 무술이라는 점도 좋았으며, 그 안에 철학이 담겨 있어서 배울 만하다고 생각했고, 지난해에 교육방송[EBS]에서 틀어준 뉴스에 따르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자메이카인 남성이 카포에이라 도장을 열어서 그 무술을 가르쳐 주고 있거든요).

아주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고, 배우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디 이 무술이 저의 몸과 마음을 더 굳세게 만들어주기를 빕니다.  

5. 할 줄 아는 요리가 스무 가지는 넘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요리(예를  들면 모로코 요리)나 채식주의자들의 요리나 절밥(사찰음식)도 할 줄 알며, 가면 갈수록 그 솜씨가 늘고 있어요. ‘만화가가 못 되면, 요리사로 취직하는 건 어떨까?’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우쳐주는 이 일(음식 만들기/요리)을 좋아합니다.

6. 국악(國樂)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일이 제 스트레스를 싹 풀어주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물놀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국악이고요, 그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건 전통을 다시 풀이한 현대 국악(예 : 슬기둥의 음악)입니다. 이 좋은 일을 왜 진작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7. 요즘 말레이시아의 전통 음악을 익히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제 좋은 스승이지요. 그 음악은 꼭 야자열매처럼 달고 시원하고 맛있습니다. 제 마음을 즐겁게 해 주고, 평화롭게 해 주지요. 이 음악을 한국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8. 치과에 가 보았더니, 제 이가 모두 건강하고, 충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설탕을 멀리 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죽는 그 날까지” 건강하고 튼튼한 이를 지니고 싶네요. 이건 제가 사람들 앞에서 자랑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9. 한자(또는 ‘동방문자’) 자격증 시험과, 카스티야 말(에스파냐 말) 실력을 인정받는 자격증 시험에 모두 붙었습니다(후자는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을 둘러보고 싶어서 배우기로 했고,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관심을 기울일 까닭이 없었습니다). 이로써 제가 할 수 있는 외국어가 또 하나 늘었어요. 앞으로 도전해 볼 외국어가 셋이나 되는데, 그것들도 도전해서 실력을 인정받고 자격증을 따고 싶습니다. 만화가가 되고 나서 요리사나 통역사(또는 번역가)를 ‘부업’으로 삼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어요.

10. 고루하고, 완고하고, 꽉 막히고, 옛 버릇만 고집하고, 말이 안 통하며, 제멋대로고, 저를 ‘종’으로 부려먹으려고만 들고, 천박하고, 속물스러운 부모님/할머니와 완전히 갈라섰습니다. 홀로서기(독립[獨立])를 이룬 거죠. 막상 헤어지고 나니, 스물아홉 해 동안 겪었던 온갖 억울한 일(예를 들면, 열세 해 전, 어머니의 간섭과 감시와 방해 때문에, 결혼을 생각하고 사귀었던 첫사랑과 헤어져야 했던 일)과 서러운 일들이 떠올라서, 속이 후련해요. 이제부터는 집안 식구들/친척들/(부모님의) 동향 사람들의 눈치를 안 보고 제 뜻대로 살 겁니다. “자, 참된 자유인이 된 돌베개를 위해, 깨끗한 녹차 한 잔으로 건배! 나한테는 아직 쉰여섯 해가 남아있다! 앞으로 잘 살면 돼! 힘내자!”

11. 요즘 영화관에서 더 이상 광고를 안 틀고, 약속한 시간에 바로 영화를 틀어주고, 방송국도 이제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지 않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야 광고를 보여주고 있어서, 관객이자 시청자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화가 나네요. 앞으로 쓰레기 같은 광고가 더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12. 그동안 틈틈이 써 두었던 글들을 모아, 우화집과 잠언집(명언록)을 각각 한 권씩 펴냈습니다. 후자는 칼릴 지브란 선생님이 쓰신『칼릴 지브란의 잠언록』과 같은 형식으로 쓴 책입니다(하지만 내용은 다릅니다!). 비록 제가 쓴 두 책이 모자라는 점이 많습니다만, 그래도 서점에서 이 책들을 보면 읽어주셨으면 해요. 이 세상에 이런 식으로라도 제 ‘흔적’과 ‘발자취’를 남길 수 있어서 아주 기쁩니다(제가 죽어도 이 책들은 남을 테니까요). 부디 이 책들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13. 민주주의와 정치학을 배우려고, 나미비아 공화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나미비아 여성과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말에 만나서 동무가 되었고, 한 달 전에 제가 먼저 사귀어 달라고 부탁해서 연인이 되었죠. 그(나미비아인 여성. 영어로는 ‘She')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제 서투른 영어 실력 때문에 기가 죽어요. 마음 같아서는 그의 출신 민족이 쓰는 말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린 다른 점이 많지만, 닮은 점(예컨대 ’바깥세상‘이 어떤지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는 점)도 많고, 생각이 잘 통해서, 지금은 사귀기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전 첫사랑이 실패한 사실을 떠올리며, “실패를 거울삼아”, 이 관계가 깨지지 않고 오래 유지되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언젠가는 나미비아로 가서 그의 식구들과 친척들과 동무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사랑을 믿을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말을 믿을 수 있으며, 사람을 믿을 수 있어요. 다, 저를 사랑하고, 제가 사랑하는 한 여성 덕분이죠. 저는 지금 아주 행복합니다. 온 누리를 다스린다 하더라도, 이런 행복은 맛보지 못할 거예요.

14. 한 달 전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삶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밤 열한 시에는 자고, 아침 일곱 시에는 일어나고 있죠. 그리고 아침밥은 꼭 챙겨먹고 있습니다. 이런 건강한 삶을 되찾은 것에 “천 번의 감사를” 하고 싶습니다. 잠은 잘 오고, 아주 편안하게 자고, 덕분에 살은 쑥쑥 빠지고 있고....아주 좋네요. 진작 이렇게 살 걸 그랬어요.

15. 한국의 문화상품이 남의 것을 베끼거나 따라하는 길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기만의 빛깔과 ‘맛’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한국 만화와 웹툰이 일본 것을 베꼈다는 말이 나오지 않으며,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의 아류라는 평가는 사라졌고, 한국의 연속극(드라마)이 3류 작품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또한 제 3국 사람으로서 한국의 만화영화를 디즈니 만화영화와 일본 만화영화를 짜깁기한 것이라고 비웃는 사람들은 오히려 팬들의 공격을 받으며, 한국의 노래와 음악은 춤꾼들의 공연이 아니라, 노래와 음악 그 자체로 평가받고 지지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시(詩)는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 사랑받고 있으며, 한국의 우화집과 동화와 시조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서구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소설은 진짜 소설이건 경소설(輕小說 = 이른바 ‘라이트노벨Light Novel')이건 가릴 것 없이 많은 나라에서 읽히고 있으며, 몇몇 나라의 사람들은 그동안 세계 여러나라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일본 경소설을 대신할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한국 경소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국 작가들이 복지 혜택을 받으며, 표절과 복제에서 벗어나, 정치적 올바름과 전통문화를 하나로 이어붙이고, 자기 문화와 사회의 결점(내지는 잘못이나 문제점)을 그리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며, 보편과 특징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선구자들(유럽/미국/이른바 ‘중화권’/일본의 작가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했고, 선구자들의 뛰어난 점을 받아들이되, 잘못된 점이나, 문제점이나, 한계점은 받아들이지 않고, 선구자들과는 다른 소재, 다른 주제,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구자들이 뚫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저는 한국의 작가들과, 문화상품을 만드는 업계가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이런 결실을 거둔 것을 기뻐합니다.

16. 라디오에서 들은 소식인데요, 예멘 내전이 끝났답니다. 반군과 정부군이 국제사회의 중재를 받아들여서 타협했대요. 내전에 끼어들었던 이란군과 사우디군이 물러났고요. 그래서 이제 더 이상은 예멘 사람들이 전쟁에 시달리거나, 죽거나, 굶주리거나, 병을 앓지 않아도 되고, 예멘 사람들과 (내전이 터지기 전에) 예멘으로 달아나서 살던 다른 나라(예를 들면 소말리아) 난민들이 쫓겨나지 않아도 되며, 재건을 위한 망치질이 막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오거나, 망명지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정말 잘 된 일입니다.

17. 국제연합(UN)의 사무총장이 모든 필리스틴(영어 이름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지구촌의 모든 나라와 단체가 필리스틴을 나라로 받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일흔 해 동안 고향에서 쫓겨나 세계 방방곡곡을 떠돌던 필리스틴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총장은, 국제사회는 그들을 위해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8. 수리야(시리아) 내전이 끝났습니다. 튀르키예(터키) 군대와 이란 민병대와 러시아 군대가 물러났고, 쿠르드 사람들이 자치권을 얻었으며, 내전의 원인을 제공한 아사드가 망명하고, 민주주의를 향한 새로운 초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비참함과, 죽음과, 달아남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19. 한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의 피해자인 베트남의 비엣(Viet)/킨 족들에게 독일정부가 2차 대전의 피해자들에게 한 것과 같은 사죄와 배상을 하고, 한국인 전쟁범죄자들을 처벌하고, 한국의『역사』교과서에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와, 한국인들이 전쟁이 끝난 뒤 한국인과 베트남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버리고 떠난 사실을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뜻 있는 1보 전진입니다. 앞으로도 이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20.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남북이 판문점에서 6.25 전쟁(이른바 ‘한국전쟁’/‘조선[朝鮮]전쟁’으로도 불리는 ‘코리아Korea 전쟁’)이 끝났으며, 더 이상 전쟁과 대립은 없다고 공식으로 선언했습니다. 또한 한국정부와 조선노동당은 코리아(Korea)를, 그러니까 한반도/조선반도를 ‘중립지대’로 만들 것임을 뚜렷하게 밝혔으며, 남북의 경제교류와 사회교류와 문화교류를 꾸준히 밀고 나가고, 군축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조선노동당은 한국정부와 한국 기업들이 휴전선 이북을 통해 연해주와 극동시베리아와 몽골초원과 중앙아시아로 뻗어나가 무역과 교류와 투자를 하는 것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으며, 상고사부터 근대사까지는 남북 학자들이 함께 연구해서 합의점을 찾는다는 원칙을 세웠고, 대신 한국정부는 조선노동당이 미국/일본 정부와 수교하고 화해하는 것을 돕기로 약속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냉전을 끝내기 위한 초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1. 남(南)수단이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지금 활기가 넘치고, 사회가 의욕으로 가득 차고, 온갖 실험이 벌어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 나라가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내전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것이 이렇게 된 큰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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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글을 다 읽으셨죠? 그럼 달력을 보세요. 오늘은 양력 4월 1일, 그러니까 만우절입니다! (하하하하) 제 거짓말에 속은 기분은 어떠신가요? 부디 너무 황당해 하거나, 마음 상하지는 않으셨기를 빌게요.

- 서기 2018년 양력 4월 1일(단기 4351년 음력 2월 16일)에, 그럴싸하면서도 통 큰 거짓말을 하려고 머리를 쥐어짠 돌베개가 드림

유리핀 돌베개님!
전에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쓰셔서 1번 보자마자 알았어요.
-.-;;;

그런데 이 글에는 돌베개님 소망이 담겨 있는 거죠?
이루이지길 바랍니다.

18·04·01 23:53 삭제

돌베개 죄송합니다. 올해는 만우절 거짓말을 좀 다르게 하고 싶었는데, 기껏 쓴 게 예전에 쓴 글과 다를 게 없어서 헛수고를 했다는 게 드러나네요(아니, 애초에 만우절용[用] 거짓말을 하지 말 걸 그랬나?). 다음 해 부터는 이런 식으로는 글을 쓰지 않을게요.

18·04·02 00:07 삭제

돌베개 (만약 이 글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 삭제할게요)

18·04·02 00:0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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