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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 9화를 읽고
 돌베개    | 2018·03·25 01:09 | HIT : 170 | VOTE : 28 |
1. 등용문을 넘어 출사표를 던진 인수를 보며, 나도 마음을 다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솔직히 말하라면 불안한 새 출발이지만, 그래도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다.

2. 인수가 자신을 “거짓을 안고 있는 자”로 여기며, 그 때문에 스승(공제 왕우 선생)이 말해준 “맑고 푸른 운무(雲霧 : 구름과 안개 - 돌베개)”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장면을 보며, 마음이 아팠음을 털어놔야겠다.

사실, 나도 스물아홉 해 동안 식구/친척들 앞에서(그리고 카페 회원들 앞에서) “거짓을 안고 있는 자”로 살았고, 그들 앞에서 속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이 삶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수의 되뇜이 꼭 내 되뇜 같았다.

나는 “거짓”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인수만큼은 “거짓”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3. 공제 선생이 인수와 왕자영(아래 ‘자영’)이 떠난 뒤, 혼자서 ‘늙긴 늙었구나. 생각보다 더 아이들에게 기대고 있었음이야.’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며,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나 또한 내가 전보다 나이를 먹었음을 깨달았고(요즘 몸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조카들을 돌보고, 그 아이들을 만나고, 그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기뻐하고 즐거워 하”기 때문에, 공제 선생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앞 세대(선배 세대)는 뒷 세대(후배 세대)를 돕고, 가르치고, 키우고, 이끌지만, 그와 동시에 (뒷 세대에게) 도움을 받고, 지적을 받고, 충고를 듣고, 힘을 얻는 사람들인 건 아닌지.

나는 공제 선생의 생각이 그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말하고 싶다.

4. 달이의 어머님이 일에 시달리는 모습과, 달이가 숨겨놓은 “비단 필” 때문에 애를 태우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았다. 예나 지금이나 ‘아랫것’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권리가 없고, 도둑질한 것이 아니라도 좋은 것(예컨대 비단)은 누리면 안 된다는 사실은 바뀐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김혜린 선생님(아래 ‘김 선생님’)의 만화는 이렇게 보통 사람들이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나, 억눌린 사람들의 삶과 말과 마음과 생각을 드러내기 때문에, 임금이나, 귀족이나, 왕자나, 공주나, 기사만 나오는 만화들보다는 수준이 높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5. 달이가 “아무 단장도 안 한 소릉원”을 “수자궁”보다 더 가깝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후자는 황금으로 만들고 보석을 달아놓은 감옥이고, 썩은 냄새가 나는 고인 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려해도, ‘감옥’이 ‘집’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라도 달이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6. 인수가 ‘궐은 … 커다란 굴 속 같고, 왕은, 생각보다 더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며, 100번 공감할 수 있었다. 무너져가는 나라의 온갖 모순이 모인 곳이 ‘화려한 집’이 아니라, “커다란 굴 속”인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곳에서 사실상 ‘꼭두각시’로 사는 (그리고 왕족/귀족/권문세족과 더불어 썩고 타락한 삶을 살고 있는) 임금이 “눈에 띄지 않는”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7. 인수와 권지호(아래 ‘지호’)의 첫 만남이 인상 깊었다. 나는 그들의 우정과 동료의식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알고 싶지만, 그것은 김 선생님이 알아서 결정하실 일이므로, 지금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지켜보고 싶다.

지호는 썩고 타락하고 탐욕스러운 속물인 권문세족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남아있는 얼마 안 되는 바른 글쟁이(이자 벼슬아치)인데, 그런 그가 인수와 만나서 어떤 일을 해 나갈지 모르겠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는 말대로라면, 인수와 지호의 만남은 ‘깨끗하고 바른 글쟁이는, 또 다른 깨끗하고 바른 글쟁이를 알아본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인수는 지호를 ‘호방하고, 당당하고, 명망 높은 사대부 가문의 아들다운.’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 때문에 더 두려운 거야.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썩은 윗XXX가 아니라서 두렵다고!’하고 생각한 건 아닌지.

8. 인수가 “달”을 보고 “커다란 부침개”같다고 말하며, “옛날에 … 그런 말을 하던 아이가 있었다.”고 말한 것을 보니, 그의 기억력은 정상이며, 그가 자영과 공제 선생과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물론 거짓말을 한 것이 옳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의 아우(마동이/장능소)를 잊지 않았다는 뜻이니, 그건 칭찬할 일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9.『이슈』2017년 11월호의 <이슈 갤러리>에 실린 김 선생님의 그림이 아주 깔끔하고, 깨끗하고, 담백하고, 아름다웠다. 그 잡지를 사서 본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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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자판[字板]를 두드리다 보니, 새벽이 되었는데, 그래도 글을 다 쓰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부디 여러분이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 서기 2018년 양력 3월 25일(단기 4351년 음력 2월 9일)에, ‘써야 할 글은 많고, 배워야 할 기법(만화를 그리는 기법)은 많고, 몸은 점점 허약해지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하는, 만화가 지망생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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