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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 8화 훑어보기
 돌베개    | 2017·10·15 23:24 | HIT : 153 | VOTE : 33 |
1. 군부인(‘수자궁 마님’)의 집에 모인 귀부인들이 “북원 눈치도 봐야”하고, “명나라 비위도 맞춰야”하며, “북에는 여진 오랑캐, 남에는 왜적 떼”가 있는 고리(高麗)의 상황을 말하는 것을 보며,

언제 전쟁이 터져도(언제 휴전이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오늘날의 남북관계와, 조선노동당의 편을 들며 한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러시아 정부와, 미군의 사드 설치로 한국 정부에 화를 내고 있는 중국 정부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한국 정부와, 조선노동당이 하고 있는 일(예를 들면 미사일 쏘기)을 구실삼아 재무장을 꾀하는 일본 정부가 떠올라서 한숨이 나왔다.

아, 637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 돌아가는 건 너무너무 똑같구나!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님을 알겠다.  

2. 자영도 인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인 나의 짐작일 뿐이니, 자영 본인이 입을 열어 말하기 전까지는 조용히 지켜보고 싶다.

3. 왕우 선생(아래 ‘왕 선생’)이 문상을 오며 ‘한 때 내 속에 있던 어떤 불. 그것은 내 왕이 절망했을 때 이미 꺼져버린 것을.’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젊은 시절, 그래도 똑똑하고 큰 뜻을 품었던 임금(공민왕)이 “절망”하여 자신의 뜻과 꿈을 버리고 자신을 돕던 왕 선생을 내쳤을 때, 망해가는 나라를 구하려고 자신의 힘과 재능을 바쳤던 왕 선생이 느꼈던 절망감을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한 때”, 그러니까 10대에서 20대 후반까지 역사를 배우고 가르침으로써 사회와 공동체와 나라를 더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그러니까 “내 속에 있던 어떤 불”을 품고 열심히 활동했지만, “그것은” 내가 애인에게 버림받은 뒤, 그리고 내가 회원으로 등록한 카페의 운영자들이 달아나고, 떠나고, 빠지고, 등을 돌린 뒤, 카페의 회원들 가운데 2100명이 탈퇴한 뒤, “절망”을 품은 내 손으로 “이미” 꺼 버렸다.

(비록 아직 그 카페에서 탈퇴하지는 않았고, 지금은 명목상 ‘운영자’로 일하고 있지만, 예전 같은 열정이나 의욕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런 삶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내가 오랫동안 실업자로 살면서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 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진 집안 식구들이 “너 카페 회원들에게 ‘저는 사정이 있어서 [카페에서] 활동하지 못합니다.’하는 말을 했어, 안 했어?”하고 따져 묻고 있고, 나는 마지못해, 억지로 카페 활동은 안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 선생이 명덕태후 홍씨의 위패에 절하면서 ‘그래도 불씨가 남아 있었나! 여전히 가슴이 찢기다니 ….’하고 생각하는 컷을 보며, “선생님, ‘불씨’가 남아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증거니까요. 만약 선생님이 몸소 나서지 못하신다면, 인수한테 맡기시는 게 어떻습니까?”하고 말을 걸고 싶었다면, 내가 만화에 너무 몰두한 것일까?

비록 내가 카페에서 열심히, 부지런히 활동하며 품었던 열정을 되찾지는 못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역사는 재미없고 쓸모없다. ‘돈’이나 ‘밥벌이’에나 신경 쓰고 살라고!”하고 말한다면 화를 내며 반박하는데, 그렇다면 나도 내 마음속에 “불”이 아니라 “불씨”(역사와 문화가 중요하다는 작은 믿음/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는 품고 있다는 이야기고, 역사와 문화를 막 다루는 현실을 볼 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찢기”는 것도 그런 “불씨”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이 “가슴이 찢기”는 마음도, 왕 선생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도 내게는 내가 ‘사람’, 그것도 ‘꿈을 품고 있는 사람’임을 입증하는 것들이고, 따라서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을, 이 괴로움을 내다 버리지 않고 그대로 끌어안을 생각이다.  "불씨"가 다시 "불"로 타오를 때까지는 기다릴 것이다.

4. 드디어 군복 입은 장능소(아래 ‘능소’)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라면, 아주 기쁘다(나는 서기 1945년부터 오늘날까지 만들어진 군복은 안 좋아하지만, 그 이전에 나온 군복은 좋아한다). 잘난 척 하는 군반씨족 패거리가 능소에게 깨져서 땅바닥에 처박히는 컷을 보고 속이 시원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능소)을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서 계급이 높은 군인으로 태어나 자란 사람들(군반씨족)이 당해낼 수 없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5. 장 낭장이 “권문에다 중대가리들, 별별 족벌에 군번”이 “땅 따먹기”/“돈 따먹기”를 하느라, 정작 고리(高麗)를 지키는 “장병들은 수수떡 먹고 왜적과 싸우다 피떡이”되는 현실에 화를 내는 걸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조세도피처로 제 재산을 옮겨서 서류상 회사/종이회사(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탈세를 서슴지 않는 한국사회의 상류층, “죽어도 나는 세금 못 내!”하고 외치는 한국의 대형교회, 툭하면 터지는 방산비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윗사람들이 썩으면 사회가(또는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나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가 고리 말기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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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하셨겠지만, 나는 하고 싶은 말의 70%만 했고, 느낀 것 가운데 75%만 드러냈다. 그러니까, 글로 써서 내보내도 괜찮다고 여긴 것만 드러냈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이야기도 언젠가는 할 기회가 있겠지만, “그 얘기는 다음번에 하기로 하자.” 다음 회에는 좀 더 색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이만 줄인다. 그럼 여러분, 잘 지내시기를.

- 이제는 글을 쓰는 것도 유격대가 유격전을 벌이듯이 몰래몰래 해야 하는, 어설픈 글쟁이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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