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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감상문 -「인월」7화
 돌베개    | 2017·10·08 00:08 | HIT : 14 | VOTE : 0 |
1. 달이와 자영이 한 너울을 함께 둘러쓰고 빗속을 걷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이 둘이 종과 주인이 아니라, 자매나 동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매애(姉妹愛)라는 말은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이 아닐까?

2. 공제 왕우 선생(아래 ‘왕 선생’)이 인수에게 “공명심 자체는 하등 삿될 것이 없다. 그것 없이 이루어지는 성취가 있을까.”하고 말씀하실 때, 그것이 지금 나에게 던져진 충고라는 생각이 들어 흠칫했다.

나도 작가가 되어 작품을 발표하고 싶어 하고, 그것으로 이름을 널리 드러내고 싶어 하니까. 그리고 아직 작가가 되지 못해서 “초조함에” “평정심을 잃”을 뻔 했던 적이 있으니까.

예전에도 말했지만, 만화의 매력은 작가가 만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말을 건다는 것이다. 이 일도 예외는 아니다.

3. 인수가 왕 선생의 “표문”을 들먹이며 그 표문의 “혁파안을 만들 수 있는, 그리고 실행할 수 있는” “복두”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과연 이건 나의 진심인가? 염전에서 허덕이며, 늘 (장원의 저택을) 올려다봐야 했던 어린 천민의 ….’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볼 때, 인수는 고리(高麗)의 현실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일이 “천민”일 뿐이었던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의문을 품고 있다.

‘개혁’에 의문을 품는 자는 그것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개혁보다 더 한 ‘혁명’을 꿈꾸게 되는 법인데, 그렇다면 인수가 고리라는 나라 자체를 부정하고 판 자체를 뒤엎으려고 마음먹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

그가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무엇일지를 생각하면서 그를 지켜보는 것도「인월」의 아슬아슬한 재미들 가운데 하나다.

4. 이번 화를 보고 왕 선생을 더 존경하게 되었다. 고리 “왕가의 일원으로 태어나” 왕족으로 살았던 사람이 자기가 조인수라고 주장하는 “정체도 무엇도 모를, 다친 아이를 받아들여 자신의 밥상과 다름없는 밥을 먹여주”고, 그 “아이”에게 “예서 공부를 해 보겠느냐?”고 말하며 제자로 받아들여준 분, 그리고 그 제자를 인재로 키워내신 분을 내가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약 한국 사회의 윗자리가 이런 분들로 가득 차 있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

5. 인수가 흔들리고 두려워하는 걸 보며, 나까지 속이 타들어갔다. 만약 내가 인수였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아니면 같은 선택을 했을까? 그에게 죄가 있다면 “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뛰어난 글재주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왕천 같은 쓰레기 왕족에게는 온갖 기회와 혜택을 다 주면서, 인수 같은 훌륭한 인재에게는 (단지 그의 진짜 신분이 부곡민이라는 이유로) 어떤 기회도 주지 않는 봉건왕조에 반감을 품을 수밖에 없다.

어느 역사학자의 말대로, 현대인에게 “과거는 낯선 나라”고, 그것도 거부감이 드는 “낯선 나라”다.

6. 장수벽 낭장(아래 ‘장 낭장’)이 능소에게 자기 성씨인 ‘장’씨를 갖다 붙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능소가 장 낭장의 부하가 될 것이라는 점은 예상했지만, 정작 장 낭장이 자기 성씨를 능소에게 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부하 사랑하는 마음을 이런 식으로 드러내는 장 낭장에게 경의를 표한다. (김혜린 선생님의 만화는,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7. 능소가 소릉원을 “다시 돌아오고픈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며 그의 말에 수긍했다. 아마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8. 달이가 능소가 출두한다는 사실을 알고 ‘실날 같은 희망의 끈을 붙들고’ 능소가 군영으로 간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복잡했다.

덧붙이자면, 나는 장능소(그래도 줄여서 ‘능소’)가 ‘왜 늘 … 실없는 소린 잘도 늘어놓으면서,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그리 힘든 걸까?’하고 생각하며 ‘물론 나는, 화살받이가 되기 위해 가는 게 아니야.’하고 덧붙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은 너무너무 많은데(<가나다라>의 노랫말)” 정작 그걸 말이나 글로 드러내는 걸 힘들어하는(그리고 두려워하는) 내 모습이 보여 능소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능소가 “화살받이”가 되려고 군대에 가는 게 아닌 것처럼, 나도 ‘소모품’으로 다뤄지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니다. 능소가 면천과 원수 갚음(해적과 싸워야 하니까)이라는 목표를 바탕으로 군인이 된다면, 나 또한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겠다는 목적, 다른 사람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목적, 내 작품으로 사람들을 돕겠다는 목적,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목적을 바탕으로 작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사 하나, 바탕글 하나에도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인월」의 또 다른 매력이자 장점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  

9. 달이가 능소를 보며 “‘혹시 다르게 살아볼 수도 있을까?’ 발버둥 치고픈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능소를 막지 않기로 한 것을 보며, 부디 그(달이)의 마음이 헛된 것이 되지 않기를 빌었다.

10. 인수가 능소가 자신의 동생임을 알게 된 뒤, 능소를 배웅하지 못하고, 능소에게 제 정체를 드러내지 못하고, 나무 뒤에 숨어서 오른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곁에 두고도 아우를 알아보지 못한 자신이 멍청하다고? 아니면 눈치 없이 진실을 떠들고 다닐 능소가 자신(인수)의 발목을 붙들게 될 테니, 큰일이라고(이런 걸 떠올리는 나는 잔인하고 정이 없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것도 아니면 이제야 만나게 되었으니, 그동안 돌봐주지 못한 못난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참으로 착잡하고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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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감상문이 길어졌는데, 독자 여러분은 이것도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인 것이라는 점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부디 다음 감상문은 이것보다는 짧기를 빈다.

- 어제는 집에서 혼자 청소하느라 밖에 나가 운동할 기회를 놓친(그리고 저녁밥은 치킨 한 마리[매운 맛이었다!]를 절반만 먹음으로써 해결한) 허당인 글쟁이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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