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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 석 달 전『이슈』지에 남기신 후기에 백 번 공감 합니다
 돌베개    | 2018·08·21 20:53 | HIT : 49 | VOTE : 1 |
잘못을 저지른 주제에 감히 이렇게 펜 레터를 써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잘못을 저지르기 두 달 전, <인월>이 실리는『이슈』지를 읽고 느낀 점은 말씀드려야겠기에, 열하루 만에 무례와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무릅쓰고 글쇠(자판)를 두드립니다.

김혜린 선생님,『이슈』6월호 후기에 “별 것 아닌 일을 별것으로 부풀리는 기술(?)은 역사가 유구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간만에 뻥튀기를 먹다가 다소 의도적으로 해본 잡생각이다.”고 쓰셨죠(제가 이걸 기억하는 까닭은, <인월> 연재분을 읽고 느낀 점을 글로 쓰려고 일부러『이슈』지를 보관해두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글에 백 번 공감 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스물 한 해 전부터 그걸 뼈저리게 느꼈고, 스물일곱 해 전에는 책에서 갈마(역사를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를 다룬 우화를 읽은 적이 있고, 다섯 해 전에는 그 우화를 풀이한 글을 쓴 적도 있거든요.

어떤 건지 알고 싶어 하실 것 같아서, 우화와 제 ‘주석’(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긴 글)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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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역사

언젠가 두 갈래의 길이 나란히 나 있는 도시가 있었다. 한 수도승이 한쪽 길에서 다른 쪽 길로 건너갔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어떤 사람이 이렇게 외쳤다.

“저쪽 길에서 누가 죽었다!”

그러자 이웃의 모든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사실 그 수도승은 양파껍질을 벗기다가 눈물이 나왔을 뿐이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건너편 길까지 들렸다. 그러자 양쪽 길의 어른들은 너무나 걱정되고 두려워서 감히 이 난리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슬기로운 이가 양쪽 길의 사람들을 만나 어째서 서로 이 일의 원인을 묻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실을 아는 것이 너무나 두려운 어떤 사람이 말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저쪽 길에 죽음의 재앙이 내렸다는 거요.”

다시 삽시간에 이 헛소문이 번져나가, 양쪽 길의 사람들은 제각기 건너편 길이 이젠 운이 다했노라고 생각했다.

질서가 좀 잡히자, 양쪽 사람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다른 곳으로 - 인용자) 옮겨 살기로 했다. 모두 달아나기로 한 것이다. 결국 그 도시는 텅 비어 버렸다.

세월은 흘러 빈 도시는 황폐해졌다. 사람들이 그 도시를 떠난 일은 이제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새로 이주해서 개척한 두 마을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두 마을은 자신들이 옛날에 어떻게 크나큰 재앙으로부터 피신하여 새로운 마을을 개척했는지를 설명하는 각자의 전설을 갖게 되었다.

-『동냥그릇』(박상준 엮음, 장원 펴냄, 서기 1991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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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엮은이(박상준 선생)의 말 :

“그대는 무슨 전설을 갖고 있는가? 뭘 중얼거리고 있는가? 참으로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일이다. 그대가 늘 중얼거리는 것이 바로 이렇게 터무니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들 아닌가. 그대는 이런 이야기들을 중얼거리며 산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이야기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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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자(돌베개)의 말 :

“역사에 오해와 선입견과 부풀림과 덧붙임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적어도 전근대사회의 역사는 그렇다.

(중략) 단순히 약탈자나 산적이나 해적일 뿐인 자들이 ‘뿔 달린 악마’나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으로 알려지고, 싸움을 잘 하고 사람을 많이 죽인 유목민족의 군인들이 ‘지옥(타르타로스)에서 솟아나온 자들’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한 나라의 임금이 ‘적’을 늘릴 수 없어서 이웃나라에 외교사절을 보내 자신의 정권을 인정해달라고 부탁한 일이 그 ‘이웃나라’의 역사서에 ‘제 발로 찾아와서 신하가 되기로 마음먹은 일’로 바뀌는 건 차라리 ‘애교’로 봐 주어야 할 판이다.

나는 이 때문에 전근대사회의 역사서나 글자로 적히지 않고 말로 전해 내려온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언제나 다른 것(예컨대 같은 시대/같은 나라/같은 일을 다룬 다른 나라의 역사서나 전설)과 견주어보고, 의심할 수 있는 데까지 의심해서 그 ‘의심’을 푸는 데 성공한 사실(史實)만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다.”

(돌베개가 서기 2018년 양력 8월 21일에 덧붙인 대목 : 사실, 근대나 현대의 역사서도 - 나아가 ‘국정교과서’도 - 거짓말[!]을 한다.

친일파를 ‘독립유공자’나 ‘애국자’로 바꿔서 가르친, 서기 1998년 이전의 한국『국사』교과서를 보라! 그리고 시온주의자들이 필리스틴[영어 이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휘두른 폭력을 쏙 빼버린 미국의『세계사』교과서를 보라! 우크라이나나 에스토니아의 독립투사들을 ‘나라를 망치는 반역자들’로 소개한 소련 정부의『역사』교과서를 보라! 그러고 보면, “세상에 믿을 X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간단하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 3자가 내가 겪은 일[특히 근현대사]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물어보고, 그것을 내 기억과 견준 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 판단해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버릴 건 버리는 것뿐이다.

나아가 제 3자가 나에게 “당신이 기억하는 내 말과 행동이 무엇입니까? 당신은 내가 최근에 겪은 일[제 3국의 근/현대사]을 어떻게 생각하죠?”하고 물어보면, 사심 없이[그리고 정직하게] 대답하고, 조언하는 것뿐이다.

참으로 피곤하고 번거로운 일이기는 하나,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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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한 마디로 줄여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예전에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별 것 아닌 일을 별것으로 부풀리는 기술”을 익혔고, 그 “반대”로 하는 “기술”도 익혔으며, 때로는 그 “기술”을 바탕으로 진실을 비틀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때문에 선생님이 쓰신 후기에 백 번 공감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 같은 글쟁이는 다른 나라의 오래 된 우화를 인용하고, 그 우화에 단 주석을 인용하고, 스스로 쓴 긴 주석을 따로 달아 놓아야 그 사실을 겨우겨우 설명할 수 있는데, 선생님은 “뻥튀기를 먹다가” 그 사실을 깨달으셨고(“뻥튀기”가 곡식 낟알을 튀기고 부풀려서 더 크게 만든 주전부리라서 그렇게 생각하셨나 보네요. 절묘합니다! 딱 들어맞아요!), 그 깨달음을 “별 것 아닌 일을 별것으로 부풀리는 기술(?)은 역사가 유구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하는 짧고, 간단하고, 깔끔한 글로 정리해서 보여 주셨으니, 선생님이 저보다 몇 수 위며, 더 훌륭하십니다.  

비록 선생님이 그 생각을 “잡생각”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주 훌륭한 “생각”을 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달리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더 이상 쓰면 그야말로 잡스러운 글이 될 뿐입니다.

이 하잘것없고, 형편없고, 모자라며, 지은 죄도 있는 글쟁이(돌베개)는 그저 선생님 앞에 고개를 숙일 따름입니다. 이번 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저는 다만, 나중에 작가가 되더라도 선생님의 후배이자 (마음의) 제자라는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진심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다른 이야기는 다음에 보내 드리는 펜레터에서 털어놓을게요. 이 글이 다 읽은 신문지처럼 깔개로 쓰이지만 않기를 빕니다.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다만 선생님의 뜻대로 하옵소서. 저는 물러갑니다.

- 서기 2018년 양력 8월 21일(단기 4351년 음력 7월 11일)에, 오랜만에 습기 없는 밤을 맞이하여 아주 기분이 좋은(그리고 비가 자주 오기를 비는) 선생님의 독자이자 ‘마음의 제자’인(나아가 ‘후배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돌베개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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